2022

 <관모>를 아시나요? 

 

오랜 시간 키운 백화등이 열매를 맺고 

점점 갈라지더니 하아얀 관모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씨앗이 멀리 날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관모를 

민들레로 많이 접하셨을 것 같아요.


관모를 채집한 건 처음이라

호들갑 부리며 작가님께 부탁드려 사진을 남겼어요. 


깃털 같기도 날개같기도 한 관모 

식물이 더 멀리 갈 수 있게 해주는 것


저에게 22년은 첫 전시 <목질화> 와 

관모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고단했지만 더 멀리 날아갈 수 있게 된 해였어요. 


누구에게나 보이지 않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관모가 있다고 생각하며 

모두 아름다운 연말이기를.



Lignification




1st Exhibition <목질화> 



03

유난히 축축하고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갑니다. 


처서(스물네 절기의 하나. 입추와 백로의 사이에 있는 절기)가 지나자마자 스미는 찬 기운에 언제 그렇게 더웠나 싶습니다. 


가을, 9월.

달력을 넘기면서 올해도 3개월뿐이 남지 않은 것을 실감합니다. 


추위를 많이 타는 저는 겨울 전 잠깐 스치는 가을을 무서워하지만 기다립니다.


 

좋으니 더 짧게 느껴지는, 

오기 전부터 빠르게 지날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가을이 유일하기 때문인데

벌써 아쉬운 마음을 좋은 음악과 글로 달래며 9월을 씩씩하게 열었습니다. 



 <서론이라는 어떤 한계선을 경계로 해서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피동에서 능동의 세계로 들어가서 

보다 열렬하게 일과 사람과 세계를 사랑하고 싶다. 밀폐된 내면에서의 자기 수련이 아니라 사회와 현실 속에서 

옛날에 내가 가졌던 인식애와 순수와 정열을 던져 넣고 싶다. 


 - 목마른 계절, 전혜린> 




 알록달록 붉고 노랗게 물드는 풍경을 상상하며 초가을 안부를 남깁니다. 

 순수와 정열 속에 충만한 가을 보내시기를

02

모두 잘 지내고 계실까요? 

22년도 절반이 훌쩍 지났습니다.


매달 월세 마냥 빠져나가는 사이트 이용료를 보며, 이 텍스트 카테고리만큼은 나만의 방으로 만들겠다던 다짐과는 달리 업데이트를 오랫동안 미루었습니다. 


저는 얼마 전부터 힘든 시기에 새겼던 타투를 지우기 시작했습니다. 미용적 측면보다는 어떤 기운을 보태줬으면 싶어 새겼던 문양이었습니다. 

올해는 힘들었던 만큼 무엇에도 기대하고, 기대지 않을 단단함이 새로이 생긴 것 같아요.

금낭화를 닮은 어깨 위 문양이 다 지워질 쯤엔 다른 상처도 말끔히 지워지길 바라고 있습니다.



 늘 멋지다 생각하는 친구가 책을 썼어요.

 단숨에 읽기 아까워 천천히 아껴 읽었는데, 그 중 좋았던 구절을 남깁니다.


 <나는 생각했다. 저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작은 기적임에 틀림없다고. 하지만 불가능도, 작은 기적 같은 것도 없었다. 

다만 쓰러져도 자꾸 일어나서 계속하는 사람이 있었을 뿐이었다. 잠깐 휘청이는 법은 알아도 꺾이는 법은 좀체 모르는 나무를 닮은,

그런 사람이 있을 뿐이었다.

내 품에 다 들어올 정도의 둘레를 가진 그 나무를 마음으로 안고 물었다.


 “어떻게 이렇게 튼튼해졌어?” 


 - 출발선 뒤의 초조함, 127p >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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